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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스페인 일기

김가_ 2025. 1. 20. 08:11

첫날부터 아니 세비야부터라도 쓰면 좋았을테지만
여행이 거의 끝나가는 바르셀로나에서 여행 일기를 쓴다

내일 투어가 있어서 일찍 일어나야하지만
오늘은 꼭 기록해야하는 날이다

조식을 든든히 먹고 떠나는 길
그라나다 민박 사장님 최고다

그라나다 안뇽
(캐슈넛 사기 친 새끼들 잊지않겠다 죽일것…)

바르셀로나 도착해서 생리 터짐 하하
그래도 여행 말미에 터져서 다행이다..
급격히 졸리고 체력도 떨어져서 숙소에서 쉬다 밥 먹으러 나섰다 갑자기 다 싪어지고 집 가고싶었는데 꿀대구 먹고 살아남

꿀대구가 제일 맛있고 새우는 그냥 그랬다
나 역시 새우 싫어하네…
생선 싫어해서 세비야에서도 꿀대구 안 먹은게 아쉬울정도였다 꿀대구 최고! 또 먹어야지

밥 먹고 몸을 좀 회복해서 생리대도 사고
ATM에서 미션임파서블처럼 돈을 뽑았다
소매치기..나에게 걸리면 뒤질것

아름다운 야경들
꽃이 넘 예뻤는데 나는 곧 떠날 여행자라 사지 않았다
유학생이라면 당장 사서 꽃병에 꽂아놓았을것

길거리 상점에 사람들이 줄 서 있길래 봤더니
복권ㅋㅋㅋㅋ일확천금을 꿈 꾸는 건 어느나라다 똑같다
나도 혹해서 살 뻔 당첨되면 스페인 살아야하나

뭐시기 광장
사진보다 훨씬 예뻤다
솔직히 바셀 와서 컨디션이 안 좋아서
정이 안 붙었는데 이곳을 들어서자마자 이거지..!싶었다
마음에 쏙 드는 곳

재즈공연 보기 전에 간단하게 타코랑 마가리따 때리고

정말정말 좋았던 공연
공연 보는 내내 너무 행복해서 울컥했다
하지만 나는 쉽게 울지않지…

스윙&블루스 장르의 그룹이였는데
공연하는 내내 합이 잘 맞고 신나보였다
정말 행복하게 공연을 하는 느낌
본인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뭉클하고
나는 그렇게 살고 있나 돌아보게 된다 (돈이나 많이 줘)

스페인의 모든 날이 꿈 같았지만
이 공연을 보는 순간 더더욱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행복해도 되나
불과 몇달전까지만 해도 일에 허덕이던 내가 맞나
이런 과분한 행복을 내가 느껴도 되는지
공연을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을 했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이렇게 재밌게 살아도 되나 싶다

내가 했던 고생의 보상이라면
지난날의 나에게 감사하다
너는 충분히 보상 받을만하다
니가 개고생한 덕분에 지금의 나는 스페인에 와서 한량처럼 지내고있다

미래의 나는 또 고생하겠지
그건 내 볼 일 아니다
나는 지금 스페인에서 신나게 놀고 있으니까

지구 반대편에서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그동안 내가 아등바등 산 것은 다 뭔가 싶다
여기서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는데
뭐가 중요하다고 회사의 노예로 살았는지
다시 노예로 돌아갈땐 좀 덜 노예로 살아야지
내 삶을 사는 배짱이 노예
(근데 배짱이 노예가 가능한 말인가)

하지만 외국 관광객의 시점인거지
이들도 나름의 고충은 있을 것이다
그래도 너네는 나인 투 식스 안하잖아
주 52시간 이지랄 아냐고 (급 폭발)

아무튼 공연을 보면서
아 이건 다신 안 올 행복한 순간이다 라고 느꼈다

살면서 그 생각을 한게 딱 세번 있는데
야자 빠지고 친구랑 운동장에서 떠들던 때
워케이션에서 별 보면서 이야기 나눌 때
그리고 오늘이다

앞으로 다른 나라를 간다고해도 유럽을 많이 다녀서
기억이 지워져도 이 순간만큼은 남을 것이다

한 가지 좋은 점은 모두가 핸드폰을 들지 않고
공연에 집중했다
영상 안 찍는 공연이 얼마만인지

다들 신나서 발 구르고 손뼉 치는데
언어는 달라도 한 마음이였다

느꼈던 마음의 반에 반도 못 써서 아쉽다
그때 느낀 감정은 그때로 남겨야지
아무튼 참 감사한 날이다

감사일기 쓰는 사람들이 처음으로 이해된다
오늘은 진짜 감사하다ㅋㅋ사소한 감사가 아닌 큰 감사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제일 고마움 땡큐!